

학업과 스포츠의 균형: 전 유럽 챔피언이자 다재다능한 독일 트라이애슬론 선수 리자 테르치(Lisa Tertsch)는 이제 하버드 석사 학위와 더불어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노린다.
글: Andy McGrath. 사진: Tom Schlegel.
트라이애슬론 선수 리자 테르치는 독일 서부 다름슈타트의 외곽에 있는 그녀의 침실 창문에서 러닝을 위해 즐겨 찾는 숲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이후에 그녀는 러닝화를 신고 그곳으로 향할 겁니다. 부드러운 땅 위를 걸을 때 발밑으로 사각사각 하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길가에 피어난 봄꽃 풍경을 즐깁니다. 트레일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으므로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습니다. "숲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서 좋아요." 그녀는 말합니다. "포장도로에서는 전혀 달리지 않아요. 마치 케냐 사람처럼 말이죠!"
25세의 테르치는 트라이애슬론 러닝 구간에서만 포장도로 위를 달립니다. 작년 탕헤르 월드 트라이애슬론 컵 대회와 2022년 발렌시아 대회, 그리고 독일 국가대표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압도적인 러닝 실력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활약 덕분에 세계 랭킹 5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 메달을 목표로 하는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트라이애슬론은 성실함이 중요한 경기입니다. 처음 자유형 기술에 조금만 더 집중해도 다른 종목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넓은 공원을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 년 내내 꽃과 나무를 다듬고 관리해야 하는 것과 같죠.
테르치는 수영 6회, 사이클 4~5회, 러닝 4~5회, 체력 단련 1~2회를 포함하여 일주일에 25~30시간 동안 훈련합니다. "저는 수치에 얽매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테르치가 말합니다. "오히려 느낌에 더 집중하는 편이죠. 그래서 오랫 동안 부상 없이 운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가 꽤 인내심이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인내심은 참을성 있는 사람이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균형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다른 일도 하면서 넓은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보거든요. 그래서 운동에 너무 얽매이지 않게 되죠. 만약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기 싫어진다면, 종목을 잘못 고른 것이니 다른 운동을 해야겠죠."
테르치가 말할 때 살짝 드러나는 미국식 억양은 180bpm의 심박수와 결승선 도달 후 쓰러짐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또 다른 세계에서의 성취를 보여줍니다.
2016년 여름, 테르치는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하버드에 입학했습니다. "하버드 입학에 집착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시도하는 걸 좋아해요. 잘 되면 좋은 거고, 잘 안되더라도 시도해 봤으니 절대 후회하지 않죠."
테르치는 2016년 9월에 주니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공부하는 3년 동안 트라이애슬론을 중단했습니다. "당시에는 트라이애슬론을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더이상 즐기지 않게 되었거든요."
학업 부담이 늘어나 시간이 부족해지자 그녀는 스포츠로서 러닝에만 집중했습니다. 테르치는 경제학 학위 취득 외에도 수학, 생명과학, 심리학 강의도 수강했고, 현재 그 분야 석사 과정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고, 왜 그런 결정을 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이것이 제 연구의 일관된 주제입니다."
테르치는 2019년 여름에 수영, 사이클, 러닝을 다시 하겠다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트라이애슬론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어요. 러닝은 제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러닝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러닝만 해야 한다면 아마 지루할 거예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다른 두 종목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예전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경쟁했던 사람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봤어요. 나도 저 사람들만큼 잘하는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다시 돌아가 도전해봐야지! 한 거죠.”
테르치는 2019년 6월 경기에 복귀한 지 2주 만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첫 월드컵 경기에서 우승해 스스로도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구간에서 유일하게 5km를 17분 내에 돌파한 기록을 보이면서 그녀의 공백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해 여름 테르치는 U23 유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운동보다 학업이 먼저였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도쿄 올림픽의 독일 대표팀 선발에서 아쉽게 탈락하자 그때부터 우선순위가 바뀌었습니다.
하루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는 없지만, 테르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도전하기를 즐깁니다. 그녀는 그림 그리기, 뜨개질, 베이킹을 좋아합니다. 스페인어를 배우는 중이고, 인터뷰를 진행하기 직전에 신발에 원형 무늬로 바느질을 마쳤습니다. "저는 트레이닝이나 공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많이 합니다. 늘 창의적인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더라고요."
매의 눈으로 철저하게 집중해야만 이길 수 있는 트라이애슬론 경기와 새로운 취미 활동 사이에 균형을 잡는 일도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학업은 또 다른 차원에서 소중합니다. "학업은 스포츠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요.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운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도록 해주니까요" 그녀는 말합니다. "운동만 하는 건 좋지 않아요. 다른 일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포츠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으로 하려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적당히 잘하기만 해도 충분해요."
테르치는 레이스가 시작되어 물속으로 뛰어들 때면 자신의 마음이 눈앞에 보이는 물처럼 차분하고 고요하기를 바랍니다. 신경이 곤두선다면, 좋은 성적를 내는 게 그녀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테르치는 자신의 단련한 몸과 마음을 믿고,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훈련이 장기적인 성장과 수개 월에 걸친 문제 해결 방법이라면, 레이스는 그 순간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폰테베드라에서 제 역량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테르치는 2023년 9월에 열린 세계 트라이애슬론 챔피언십 시리즈(WTCS)의 그랜드 파이널에서 4위를 차지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기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듯해요. '모든 게 완벽했다'라고 느끼는 레이스는 아마 없을 거예요.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요."
테르치는 스페인에서의 그 결과로 이번 여름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3년 8월에 열린 사전 혼성 계주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독일 팀의 일원으로서, 모든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일정을 좌지우지할 이 경기에서 팀 우승과 더불어 개인 메달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는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그녀는 말합니다.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낼지 생각 중입니다.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방해 요소도 많을 테니까요.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집중력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테르치는 구체적인 성적 목표를 정해 놓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여깁니다. "과정에만 집중한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스포츠의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잖아요? 결과는 중요합니다." 테르치는 소신을 밝힙니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의 경우에는 과정에 따라 결과의 편차가 크다고 생각해요. 작은 것들이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완벽하게 준비해서 메달을 딸 수도 있지만, 헬멧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타임 페널티를 받는 등 사소한 일이 꼬여 갑자기 30위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녀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작은 실수로 인해 WTCS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2차 경기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죠. "자신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잘 준비했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거예요" 그녀는 말합니다.
테르치는 훈련도 완벽하게 합니다.각 요일마다 색색의 포스트잇을 붙여 철저하게 한 주의 트레이닝 플랜을 세웁니다. 수영은 파란색, 근력 운동은 노란색, 러닝은 초록색, 사이클은 빨간색으로 표시합니다.
테르치에게는 가족을 비롯해 영국인 트레이너 고든 크로포드(Gordon Crawford), 독일 트라이애슬론 연합 코치 루이 델라하이여(Louis Delahaije) 등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스스로 코칭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내가 해야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일일이 알려주는 게 싫더라고요." 그녀는 말합니다. "물론 조언이 많이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올해와 작년의 기록을 봤을 때 내가 더 나아졌다는 걸 알아요." 테르치는 말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매일 성실하게 훈련하고 과하게만 하지 않으면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과도함이 성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테르치에게는 균형이 더 중요합니다. "너무 과하게 훈련하다 보면 에너지를 다 소진해서 실제 경기에서 오히려 힘이 빠져버릴 수도 있거든요."
2024년 엄청난 시즌을 앞둔 리자 테르치는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정말 즐기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무엇이 잘 맞았고, 무엇은 잘 맞지 않는지 알아가고 있죠." 그녀는 말합니다.
"제가 정말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을 찾았어요. 경기에서 발전한 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